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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랑

by 권오갑변호사 2015. 11. 4.
사  랑

 

 

 

 

사랑의 의미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무엇이 진정한 사랑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이별을 하는 것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질 수 없다는 누가 더 진정한 사랑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업한 후 서른 중반의 여자가 나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녀는 아름다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을 1년 전에 했는데 그냥 몸만 나와서 생활하기 어려워 전세정도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나에게 상담하였다. 보통 이혼을 할 때 재산분할청구권과 위자료청구권, 양육비청구권 등이 있다.

 

이중 재산분할청구권은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혼인 생활중 모은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이고 위자료는 이혼의 책임이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며 양육권과 양육비는 미성년의 자녀에 대한 20세까지의 양육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전남편은 자격증이 없이 부동산중개를 하고 있는데 보험을 하는 여자와 이혼 후 곧바로 재혼하였고 자신과 전남편간의 아들은 남편의 집에서 키우고 있으며 이혼시 아파트2채(담보가 설정되어 있었음)가 있었다고 말하였다. 나는 근7-80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였고 결국 소송을 하기로 하였다.

 

남편의 처분을 막기 위하여 나는 먼저 모든 재산을 묶었다. 집은 이미 1채는 처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머지1채와 사무실보증금, 통장 등의 돈이 있을 만한 곳은 모두 보전처분(가압류)을 하였다. 그리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상대방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처절한 싸움을 하였다. 그런데 재산증식이 이루어진 것은 남편의 기여도 일부 있지만 순전히 그녀의 헌신적인 희생덕분이었다. 그녀는 아무런 직업도 없고 반건달인 남편을 만나서 처음 잡일을 하며 부양하였고 나중에 호프집까지 운영하며 하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를 1채 구입하여 이를 담보로 대출받아서 하나를 더 사고 그 전에 것은 팔아서 남은 돈으로 빛을 갚고 다시 아파트를 사곤 하였다. 남편이 중개업소에 동업을 하는 형태로 일을 하자 그녀는 중개사자격을 따서 남편을 돕고자 공부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지진 남편은 보험을 하는 여자와 눈이 맞았고 그녀를 학대하였다. 참다못한 그녀는 집을 나왔던 것이다.
 

 

 


남편의 소송대리인은 사건과 관계가 없는 그녀의 과거(술집에서 일했다는 등)를 신랄하게 밝히며 인격적인 모독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이 부도덕하니 이를 만회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읽기도 참으로 미망하였고 그녀에게 보여줄까도 망설였다.

 

판사는 조정을 권하였다. 판사는 재산 가치를 고려하여 우리의 주장대로 7-8000만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녀의 양육을 남편이 하고 있고 여자의 기여도는 통상 35%정도이므로 3000만원 정도로 합의할 것을 권하였다. 나는 더 버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많은 재산을 받게 되면 남편의 새가정이 깨어지고 결국 아들까지도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합의하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소송은 종료되었다. 그런데 얼마 뒤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늦게 집에 돌아오고 있었는데 그녀의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 나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였다. 나에게서 그녀를 찾았다. 그 남편은 그녀와 내가 무슨 사이라고 오해한 것이었다. 전남편은 아마도 그녀를 아직도 자신의 여자로 착각하고 있었는지---, 그녀를 자신이 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여자로 생각한 것인지---

 

 

 

 

그녀는 소송을 하는 중에도 나와 상담하면서 한 번도 전남편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 뒤 그녀는 자신이 피부 미용샾을 열었다며 전화했고 나는 축하를 해 주었다. 나는 그녀의 사업이 번창하고 아픔을 잊고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의 새가정을 지키고자 희생한 조강지처를 비난하는 남자와 그 남자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이별을 선택한 그녀는 누가 더 진정한 사랑을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