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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할머니와 금거북 (2)

by 권오갑변호사 2015. 12. 1.

할머니와 금거북 (2)




어느 초가을 할머니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만나서 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하셨다. 그 사이에 옮긴 사무실의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나의 사무실을 방문한 할머니는 처음 만났을 때의 남루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인생의 깊이가 보였지만 차려입은 옷 메무시는 세련된 모습이셨다.


상담을 들어본 즉 할머니는 새로 조그마한 여관을 얻어서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관할 구청에서 영업정지3개월을 처분한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영업정지를 맞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날 40대 남자와 30대의 남자가 여관에 투숙하였다. 이들은 인근에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40대 남자가 30대 남자에게 여관에 여자를 불러주겠다며 제의하여 투숙하였던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할머니에게 여자를 불러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여관은 실제 윤락을 알선하는 여관이 아니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여자를 불러 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할머니에게 뜻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할머니를 자주 찾아와 말동무를 하면서 끈질기게 화장품을 살 것을 권유하는 할머니(60대)가 있었다. 그 화장품할머니는 혼자 살면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찾아와서 하소연하는 말이 영감하나라도 만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소개를 부탁하였다.





 이에 생각이 미친 할머니는 화장품할머니를 불렀다. 인심이 좋고 양보심이 많은(?) 40대 남자는 이 화장품할머니를 자신의 호실에 부르지 않고 먼저 30대 남자의 호실에로 안내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 부탁한 다른 여자는 오지 않았고 화가난 40대 남자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출동하여 30대 남자와 화장품할머니를 체포했다. 그리고 이어서 할머니에게도 윤락장소제공혐의로 조사를 했다. 결국 30대 남자와 화장품할머니에게 벌금이 부과되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영업정지처분을 맞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접하고 나는 참 난감했다. 먼저 행정사건의 처리절차를 보면 영업정지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하여 집행정지결정을 받고 동시에 영업정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는데 통상 집행정지신청은 본안의 판단을 고려하여 결정을 하므로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안소송도 가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가 말한 사유는 법원이 집정정지결정을 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말하기로 하고 실제 할머니가 선으로 소개를 해 준 것이었다는 취지로 서류를 작성하였다. 법원에서는 심문기일을 정하여 나는 첨석하였는데 판사는 나에게 물었다. “여관에서 선을 보는 경우도 있느냐고”, 나는 할 말이 없었고 다만 판사에게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만일 윤락을 알선하려고 하였다면 60대 할머니를 소개해 주겠습니까”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였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보기 좋게 집행정지신청을 기각하였다. 그리고 이미 집행정지기간은 진행되고 있었고 법원의 재판일정은 잡혀 있었다. 꼭 해결해 주고 싶었으나 달리 해결방법이 없었다. 


고민하던 나는 재판장에게 할머니가 눈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 할머니를 소개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들면서 조정을 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였다. 그리고 법원에서는 여러 사정을 봐서 3개월의 집행정지를 반으로 줄여 주었다. 할머니는 몹시 기뻐하였다. 


여관영업이 3개월 정지되면 장기투숙자들이 여관을 떠나야 하고 예약을 받은 사람들도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마침 장기투숙자들은 인근 여관에 양해를 구하고 예약자들도 받게 되었다. 





할머니는 그 후 1번 더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약정하지도 않은 성공보수금을 내밀었다. 나는 거절하였으나 할머니는 간곡하게 받을 것을 청하였다.


그런데 나에게 한가지 의문이 있었다. 


과연 그날 밤 30대 남자와 60대 할머니의 사랑은 이루어 졌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