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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할머니와 금거북

by 권오갑변호사 2015. 11. 28.

할머니와 금거북





2001년 내가 개업을 한지 얼마뒤의 일이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 탓인지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남루한 겨울 옷을 입은 할머니가 우리 사무실을 찾았다. 그리고 그 할머니 곁에는 다리를 절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걷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아마도 할머니는 몇 사무소를 찾아서 상담을 하려고 하였으나 어떤 사무소에서도 남루한 차림 때문에 제대로 상담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  





나는 정중히 사무실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 할머니는 작은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관주인이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이를 처분하고 기간 만료일에 여관을 비워줄 것을 요구한 상태였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전 해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주인이 보증금을 내주지 않아서 부득이 계속 영업을 하였는데 마침 보일러가 고장나서 수리비도 들었고 당장 여관을 비워주면 다른 여관을 찾을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달간이라도 영업을 하면서 다른 여관을 알아 볼 수 있도록 내용증명을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의 생각으로는 주인의 요구를 거절할 방법이 사실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기간이 만료되었을 뿐 아니라 계약상 원상회복의무까지 있어서 필요비나 유익비이론을 적용할 상황도 되지 못하였다. 얼마되지 않는 보일러 수리비요구도 기간을 연장할 사유도 못되었다.  





난감해 하는 나에서 할머니는 다른 사무소에서는 5만원에 작성해 준다는데 5만원에 작성해 줄 것을 사정하였다. 나는 잘 되었다 싶어서 저는 10만원은 되어야 작성해 줄 수 있다며 정중하게 말하였으나 내심은 다른 곳에 갈 거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다소 실망한 듯 알았다며 다음에 돈이 마련되면 오겠다고 말하였다. 나는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일뒤 정말 할머니가 혼자 사무실을 찾아왔다. 돈10만원을 들고서----


나는 이제 거절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내용증명을 작성해 주기로 약속을 하고서 돈을 받았다. 사실 나는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여 약속한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주장할 수 있는 모든 논리를 동원하여 상당히 긴 내용의 내용증명을 작성하였다. 





그 이유는 상대방이 대응에 부담을 느끼면 차라리 소송보다 몇 달간 이사갈 여유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그리고 당일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서 이를 발송하였다. 


그 뒤 할머니는 몇 번 전화를 하여 상담하였고 상대방이 반박하는 내용증명을 가지고 왔다. 그 내용증명의 회신내용은 “귀하가 주장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 나의 생각은 적중했다. 주인은 할머니에게 몇 달간의 여유를 더 주기로 하였다. 할머니는 들뜬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로 이러한 사실을 알려 주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느날 할머니가 약속도 없이 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 할머니는 나에게 은박지로 싼 작은 선물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변호사님이 개업한지 얼마안된 것 같아서 개업선물이라며 내밀었다(사실 할머니는 내가 노련한 변호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안 그래도 무료로 해 드리지도 못한 탓에 죄책감이 있어서 대단히 미안해 하며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내밀었고 성의를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고맙다며 받았다. 그리고 내 생각으로는 볼펜이나 만년필일 거라고 생각하고 서랍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몇일 잊고 있다가 우연히 포장지를 뜯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왠 금거북이가 있는 것

이 아닌가----


할머니는 나에게 값진 선물을 주었고 어떤 고객에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도 주었다. 





시간은 흘러 그해 추석이 되었다. 나는 아내에게 이 거북이를 어머니께 갖다 드리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였다. 아내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리고 그해 추석에 어머니께 거북이를 드렸다. 나는 그 거북이가 우리집에 행운을 가져다 주리라고 생각하였다. 


시간은 흘러 그 다음해 새해 시골집을 내려갔다. 나는 어머니 목에 걸린 금목걸이와 거칠은 손해 끼워진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께 여쭈보았다. 왠 금목걸이와 금반지냐고.


가는 귀가 머신 어머니는 큰 소리로 대답하셨다. “너가 준 거북이 녹여서 목걸이와 반지했다”-------   


이후 시간은 흘러 2년이 지난 후 그 할머니는 우리사무실에 전화를 하였다. 


다음에 계속